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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와 두뇌 발달

아기는 언제 자신을 인식할까?

1. 거울 앞에 선 아기의 반응

생후 4~5개월이 된 아기들은 거울을 바라보며 손을 뻗거나 미소를 짓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 시기의 거울 반응은 단순히 시각적 자극에 대한 흥미로, 거울 속에 있는 존재를 ‘나’라고 인식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아기들은 색과 형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울 속 인물의 움직임이 자신의 몸짓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반응 자체는

시각-운동 통합 능력, 탐색 행동, 그리고 사회적 자극에 대한 감수성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아기는 언제 자신을 인식할까?

 

2. 자기를 인식하는 능력은 언제 시작될까

자기 인식은 보통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거울 테스트

(mirror self-recognition test)’입니다. 아기의 이마에 몰래 스티커나 색 점을 붙인 후 거울을 보여주었을 때, 아기가 자기 얼굴에

손을 가져가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거울 속의 존재가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시점은 뇌에서

'자기 표상(self-representation)'이 형성되기 위해 시작하는 시기로, 단순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넘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언어 발달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나", "내 거", "자기"라는 말이 사용되기 위해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입니다.

 

3. 자기 인식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자기 인식은 단지 거울을 알아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자아 개념의 출발점으로, 이후 정서 발달과 사회적 상호작용,

도덕성, 공감 능력 등 고차원적 발달로 이어집니다. 자신이 독립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면, 타인과의 경계를 이해하게 되고, 이는

감정 조절 능력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인식이 뚜렷한 아이일수록 언어 발달이

빠르고,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력도 뛰어난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자기 통제력(self-control)이나 지연 만족 능력

(delay of gratification)과도 관련이 있어, 이후 학습 태도나 사회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초로 작용합니다.

 

4.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자극 환경

부모는 아기의 자기 인식 발달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거울을 활용한 놀이를 할 때

“거기 있는 게 누구야?”, “똑같이 웃네!” 등의 언어 자극을 함께 제공하면, 아기는 자기 행동과 거울 속 모습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점차 인지하게 됩니다. 또한 아기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함께 보며 “이건 네가 웃을 때 모습이야”라고

설명해 주는 것도 자기 표상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발달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16개월에 자기를 인식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26개월에 인식하기도 합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존중하며 기다리는 부모의 태도가 가장 건강한 자극이 됩니다.